누군가에게 지브리는 단순한 애니메이션일지 모르지만, 제게 지브리는 '마음이 자라는 이야기'입니다. 스튜디오 지브리의 영화들은 처음 봤을 땐 무척 따뜻했고, 두 번째로 봤을 땐 울컥했고, 시간이 흐른 후 다시 봤을 땐 인생을 담은 철학처럼 느껴졌습니다. 이 글은 그런 지브리 영화에 대한 제 오랜 애정을 담아, 그 역사와 이야기를 풀어보려 합니다.
스튜디오 지브리의 시작과 성장
1985년, 애니메이션을 예술로 승화시키겠다는 꿈을 안고 지브리는 세상에 첫 발을 내디뎠습니다. ‘바람 계곡의 나우시카’가 성공을 거두고, 이 감동을 더 많은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다는 간절함에서 출발한 스튜디오는, 이후 ‘천공의 성 라퓨타’, ‘이웃집 토토로’, ‘마녀 배달부 키키’ 같은 걸작을 쏟아냈습니다. 어린 시절, 토토로가 나올 것만 같은 밤길을 걸었던 기억이 있으신가요? 저도 그랬답니다.
지브리 영화는 그저 잘 만든 애니메이션이 아닙니다. 작은 나무 잎사귀가 바람에 흔들리는 장면 하나도 소중히 여기는 사람들, 그런 장인정신으로 만들어진 작품이기에 가능한 이야기였죠. 자연을 존중하고, 사람의 감정을 섬세하게 담아내며, 무엇보다도 진심이 가득 담긴 그들의 세계는 보는 사람의 마음까지 정화시켜 줍니다. 그래서일까요, 시간이 흘러도 지브리는 여전히 많은 사람들의 마음속에 살아 있습니다.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예술 세계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은 정말 특별한 사람입니다. 그의 작품을 보고 있으면, 그저 상상의 세계를 그리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잊고 지낸 중요한 것들’을 다시 일깨워주는 느낌이 듭니다.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을 처음 봤을 때, 치히로가 부모님을 되찾기 위해 용기를 내는 장면에서 어찌나 울컥했던지요. 지금도 그 장면을 떠올리면 가슴 한편이 뭉클해집니다.
미야자키 감독은 어린 소녀를 주인공으로 내세우는 경우가 많지만, 그들은 결코 약하지 않죠. 스스로 생각하고, 결정하고, 성장해 나가는 존재입니다. ‘하울의 움직이는 성’의 소피처럼요. 감독이 말하듯, 진정한 강함은 외형이나 능력이 아니라 내면에서 비롯되는 것임을 우리는 그의 영화에서 배웁니다. 그는 늘 말없이 메시지를 전하죠. 그래서 더 울림이 깊습니다.
그리고 음악. 히사이시 조가 만들어낸 선율은 지브리 영화의 감정을 완성시켜줍니다. 그 피아노 멜로디 하나만 들어도 눈물이 나는 건, 저뿐만이 아닐 거예요.
시대를 초월한 지브리 명작들
지브리 영화는 오랜 시간이 지나도 그 감동이 전혀 바래지 않습니다. 제가 가장 사랑하는 작품 중 하나인 ‘모노노케 히메’는 인간과 자연의 갈등을 다루면서도 어느 편도 쉽게 편들지 않습니다. 그 균형감각이야말로 지브리가 가진 성숙함이 아닐까요? 그리고 ‘마녀 배달부 키키’. 혼자 처음으로 도시로 떠난 키키의 모습에서 저도 어린 시절 처음으로 사회에 발을 내디뎠을 때의 불안과 설렘을 떠올리곤 합니다.
‘붉은 돼지’의 고독한 주인공, ‘추억은 방울방울’의 조용한 성장 이야기, ‘코쿠리코 언덕에서’의 아련한 첫사랑까지. 각기 다른 이야기를 담고 있지만, 그 안엔 모두 ‘인간다움’이 녹아 있습니다. 그래서 지브리 영화를 보고 나면 꼭 누군가를 안아주고 싶어 집니다. 혹은 나 자신을 위로하고 싶어지기도 하고요.
지브리는 단지 스토리를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잊고 살던 감정들을 다시 떠올리게 해줍니다. 그것이 바로 시대를 초월해 사랑받는 이유 아닐까요?
글쓴이의 생각
지브리 영화는 마음을 두드리는 이야기입니다. 화려한 액션이나 자극적인 장면 없이도, 우리 마음속 가장 깊은 곳을 건드리죠. 지브리의 세계를 좋아한다면, 당신은 이미 그들의 이야기를 품고 사는 사람입니다. 오늘 하루, 가장 좋아했던 지브리 작품을 다시 한번 꺼내보세요. 그리고 그 안에 담긴 따뜻한 감정과 다시 만나보세요.